오랜만에 포스팅을 쓴다. 그동안 회사 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일들이 겹쳐서 바빴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연이은 작가 등록 실패 때문에 의욕이 줄어들어서 게을러졌기 때문이다. 오늘은 제20대 대통령 선거날이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점심을 챙겨 먹었다. 그리고 집 근처에 있는 투표장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날이 맑아서 오늘은 꼭 포스팅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무거운 엉덩이를 질질 끌고 집 근처 단골 카페로 나왔다. 노트북을 켰다. 지난주에 글을 쓰기 위해 정리해둔 자료를 핸드폰에서 노트북으로 옮겼다.
도대체 왜 거절되었지? 유토이미지의 답변은?
지난번 포스팅에서 왜 CP 입점이 거절되었는지 유토이미지에 문의를 남겼다. CP 입점이란 유토이미지에서 사진 및 이미지를 판매하기 위해 등록하는 절차로, 다른 판매 사이트에서 하는 작가 등록과 비슷한 개념이다. 자세한 설명은 내가 작성한 다른 포스팅에 써두었으니 생략하겠다. 유토이미지에서 생각보다 빠르게 답변해 주었다.
2월 20일에 문의했는데 그다음 날인 월요일에 답변이 달렸다는 문자를 받았다. 긴장된 마음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해보았다. 홈페이지 하단에 1:1 문의 게시판 링크를 통해 들어가 보니 "답변 완료"가 되었다는 메시지가 있다. 리스트에 있는 문의 글을 클릭해 보았다.
CP 심사는 스톡 콘텐츠로서의 활용성 및 퀄리티 등을 기준으로 진행됩니다.
올려주신 포트폴리오는 다이내믹 레인지 부족으로 인한 암부 뭉개짐 / 과도한 필터 / 스톡 콘텐츠의 활용성 등을 기준으로 거절되었습니다.
거절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보다 짧은 답변이다. 내용도 단순하다. 크게 3가지 이유 때문에 거절되었다. 언 듯 무슨 내용인지 와닿지가 않는다. CP 입점을 위해 올린 포트폴리오를 다시 보면서 하나씩 이유를 확인해보았다.
1/ 다이내믹 레인지 부족으로 인한 암부 뭉개짐
다이내믹 레인지란 제일 어두운 검은색부터 제일 밝은 백색까지 이미지의 어두운 영역부터 밝은 영역까지의 비율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다양한 색상과 밝기를 표현하는 범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다이내믹 레인지가 부족해서 암부가 뭉개졌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
사진이 너무 어두워서 잘 안 보인다는 말로 이해했다. 예를 들어 내가 올린 포트폴리오 사진 중 노을 지는 풍경을 찍은 사진을 살펴보자. 노을 지는 해를 정면으로 촬영했다. 그러다 보니 밝기 차이로 인해 산등성이나 갈대가 잘 안 보인다. 갈대의 모양이나 산등성이에 심어져 있는 나무 같은 디테일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검은 덩어리처럼 실루엣으로 표현될 뿐이다.
사진을 촬영하고 보정할 때 의도적으로 밝기를 낮춰서 붉은 노을과 대비되는 이미지 효과를 만들었다. 이런 대비 효과를 통해 자칫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주변을 정리하고, 표현하고 싶었던 붉은 노을의 따뜻한 느낌을 부각하려고 했다. 결과물을 보자면 만족스럽다. 다만, 이런 사진은 "스톡 사진"으로 팔리기 어렵다고 유토이미지는 판단했다.
2/ 과도한 필터
역시 노을 사진과 연관된 거절 사유로 생각한다. 노을의 따뜻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진을 주황빛으로 보정하였다. 그러다 보니 유토이미지에서 심사할 때 사진이 인공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3/ 스톡 콘텐츠의 활용성
사실 이 3번째 이유 때문에 상당히 의욕을 상실했다. 내가 찍어서 올린 포트폴리오의 이미지가 상업적으로 가치가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취미로 사진을 찍다 보니 대부분이 여행 사진이나 풍경 사진이다. 인물이 들어가는 사진은 초상권 동의서가 필요해서 아직은 올릴 생각이 없다.
그런 풍경 사진이나 여행 사진은 스톡 사진 시장에 너무나 많고, 내 사진은 상업적으로 팔릴 만큼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즉, 내 사진이 너무 뻔하고 흔하다는 말로 이해했다.
그럼 어떤 사진을 올려야 될까?
아무래도 노을 사진 때문에 입점이 거절된 것 같다. 그래서 실제로 유토이미지에서 "노을"이라는 키워드로 판매되는 사진을 검색해 보았다. 아래 사진들은 모두 판매 중인 사진으로 저작권 문제를 고려해서 모두 흐리게 처리하였다. 혹시라도 궁금하신 분은 직접 유토이미지에서 검색해보기 바란다.
확실히 내가 올린 포트폴리오의 사진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겠다. 대부분의 사진은 노을 지는 하늘과 더불어 다른 피사체나 사물이 보인다. 이미지가 너무 인공적이거나 작위적이지 않다. 그리고 노을이라는 풍경만 촬영하지 않고 노을과 연관되는 어떤 "느낌"을 주는 사진이 많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사진을 살펴보자. 노을 지는 해안가에서 가족이 서로 손을 잡고 뛰어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에서 주는 느낌과 주제가 명확하다. 이런 사진은 여러 구매자가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캠페인 회사나 보험이나 상조회사에서 마케팅의 목적으로, 혹은 여행지의 홍보용으로.
다시 한번 내가 제출한 포트폴리오 사진을 보았다. 그저 단순한 풍경 사진이다. 그것도 내 기준에서만 잘 찍은 풍경 사진. 내가 구매자라고 생각하고 보면 이런 사진은 사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 노을 풍경 사진이 필요하더라도 더 멋지고 훌륭한 다른 사진이 넘치고 넘쳤다. 그중에 고르면 된다.
CP 입점 재신청을 위해 사진을 다시 정리하고 고를 계획이다. 주제가 명확한 사진, 너무 어둡거나 밝지 않는 사진, 사물이나 풍경이 충분히 잘 표현된 사진, 그리고 상업적으로 어딘가에서 쓰일만한 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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